모놀리식 아키텍처(Monolithic Architecture)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가 등장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 MSA는 현대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표준 중 하나로 자리 잡았죠. 하지만 단순히 서비스를 잘게 나눈다고 해서 성공적인 MSA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분산 시스템의 복잡성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됩니다.
성공적인 MSA를 설계하고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개념들이 있습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백화점을 허물고, 각기 다른 전문 상점들이 모인 활기찬 쇼핑 도시를 건설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도시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상점(서비스) 간의 원활한 소통 방식, 통일된 출입구, 예상치 못한 문제에 대한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공적인 MSA 도시 설계를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개념들을 A부터 Z까지 상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도메인 주도 설계 (Domain-Driven Design, DDD): 서비스 분리의 기술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어떻게 서비스를 나눌 것인가?"입니다. 이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해답은 **도메인 주도 설계(DDD)**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DDD는 비즈니스 도메인(업무 영역)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를 모델링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 바운디드 컨텍스트 (Bounded Context): DDD의 핵심 개념으로, 특정 도메인이 의미를 갖는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이라면 '주문 컨텍스트', '상품 컨텍스트', '회원 컨텍스트'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바운디드 컨텍스트 하나가 마이크로서비스 하나가 되는 가장 이상적인 기준입니다. 이렇게 분리된 서비스는 자신만의 용어와 모델을 가지며 다른 서비스에 대한 의존성이 최소화됩니다.
MSA의 첫 단추는 코드가 아닌 비즈니스 그 자체를 이해하고, DDD를 통해 서비스의 경계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2. API 게이트웨이 (API Gateway): 모든 요청의 단일 입구
수십, 수백 개의 서비스가 각자의 API 엔드포인트를 외부에 노출한다면 클라이언트는 어떻게 될까요? 관리 포인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보안에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API 게이트웨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의 정문' 역할을 합니다.
- 역할: 모든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단일 지점에서 받아 각각의 마이크로서비스로 전달(라우팅)하는 프록시 서버입니다.
- 주요 기능:
- 라우팅 (Routing): 요청 경로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로 연결합니다.
- 인증 및 인가 (Authentication & Authorization): 모든 요청에 대한 공통 인증/인가 처리를 수행하여 각 서비스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 로깅 및 모니터링: 모든 트래픽이 거쳐 가므로 요청/응답을 기록하고 모니터링하기 용이합니다.
- 요청 제한 (Rate Limiting): 특정 클라이언트의 과도한 요청을 제어하여 시스템을 보호합니다.
API 게이트웨이를 통해 서비스의 내부 구조를 숨기고, 클라이언트와의 결합도를 낮추며, 공통 관심사를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3. 서비스 간 통신 (Inter-Service Communication): 동기와 비동기의 조화
분리된 서비스들은 서로 협력해야 완전한 비즈니스 로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서비스 간 통신 방식은 시스템 전체의 성능과 안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 동기 통신 (Synchronous): 한 서비스가 다른 서비스의 API를 호출하고 응답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입니다. 주로 REST API나 gRPC가 사용됩니다.
- 장점: 구현이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결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 단점: 호출한 서비스가 응답을 기다리는 동안 블로킹(Blocking)되어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호출 대상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 호출한 서비스까지 장애가 전파되는 **연쇄 장애(Cascading Failure)**의 위험이 큽니다.
- 비동기 통신 (Asynchronous): 한 서비스가 메시지(이벤트)를 발행하고 응답을 기다리지 않는 방식입니다. 주로 **메시지 큐(Message Queue)**나 **이벤트 브로커(예: RabbitMQ, Apache Kafka)**를 사용합니다.
- 장점: 서비스 간의 결합도(Coupling)가 매우 낮아집니다. 특정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해도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탄력성(Resilience)**이 높습니다.
- 단점: 최종 데이터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한 추가적인 설계(예: Saga 패턴)가 필요하며, 시스템의 동작 흐름을 파악하기가 동기 방식보다 복잡합니다.
성공적인 MSA는 이 두 가지 방식을 적재적소에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서비스별 데이터베이스 (Database per Service): 데이터 독립성 확보
모놀리식 아키텍처에서는 모든 서비스가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MSA에서는 각 서비스가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 핵심 원칙: 다른 서비스는 오직 해당 서비스가 제공하는 API를 통해서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절대 다른 서비스의 DB에 직접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 장점:
- 독립성: 한 서비스의 DB 스키마 변경이 다른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아 독립적인 배포와 개발이 가능합니다.
- 폴리글랏 퍼시스턴스 (Polyglot Persistence): 각 서비스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데이터베이스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 상품 정보는 NoSQL, 주문 정보는 RDBMS)
- 과제: 서비스 간 데이터 정합성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벤트 소싱(Event Sourcing)이나 사가 패턴(Saga Pattern) 같은 기법을 사용해 최종적 일관성(Eventual Consistency)을 구현해야 합니다.
5. 서킷 브레이커 패턴 (Circuit Breaker Pattern): 장애 전파를 막는 안전장치
동기 통신에서 특정 서비스(예: 상품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면, 해당 서비스를 호출하는 모든 서비스(예: 주문 서비스)들이 응답을 무한정 기다리다 결국 함께 장애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서킷 브레이커는 이러한 연쇄 장애를 막는 전기 회로의 차단기 같은 역할을 합니다.
- 동작 방식:
- Closed (닫힘): 평소 상태. 요청을 정상적으로 전달합니다.
- Open (열림): 특정 서비스 호출에 대한 실패가 임계치를 넘으면, 차단기가 내려가면서 더 이상 해당 서비스로 요청을 보내지 않고 즉시 실패를 반환합니다.
- Half-Open (반쯤 열림): Open 상태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테스트용 요청을 한 번 보내봅니다. 이 요청이 성공하면 Closed 상태로, 실패하면 다시 Open 상태로 돌아갑니다.
이를 통해 특정 서비스의 장애가 전체 시스템으로 퍼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하여 시스템의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6. 서비스 디스커버리 (Service Discovery): 서비스의 주소를 찾는 방법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서비스들이 컨테이너 형태로 생성되고 사라지며 IP 주소나 포트가 동적으로 변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서비스 A가 서비스 B의 주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서비스 디스커버리가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 동작 방식:
- 서비스 레지스트리 (Service Registry): 모든 서비스는 시작될 때 자신의 IP와 포트 정보를 중앙의 '주소록'(레지스트리, 예: Eureka, Consul)에 등록합니다.
- 서비스 검색: 다른 서비스를 호출해야 하는 클라이언트는 이 레지스트리에 서비스 이름을 문의하여 실제 주소를 알아낸 후 통신합니다.
서비스 디스커버리는 동적으로 변화하는 MSA 환경에서 서비스들이 서로를 안정적으로 찾아 통신할 수 있게 해주는 필수 구성 요소입니다.
7. 중앙화된 설정 관리 (Centralized Configuration Management)
서비스마다 DB 접속 정보, 외부 API 키, 기능 플래그 등의 설정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십 개의 서비스 설정을 각 파일에 하드코딩하거나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재앙에 가깝습니다. 중앙화된 설정 관리는 모든 서비스의 설정 정보를 하나의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 동작 방식: 모든 서비스는 시작 시 중앙 설정 서버(예: Spring Cloud Config, HashiCorp Consul)에 접속하여 자신의 설정 정보를 가져옵니다.
- 장점:
- 모든 설정 정보를 한곳에서 관리하여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애플리케이션을 재배포하지 않고도 동적으로 설정을 변경하고 반영할 수 있습니다.
8. 분산 추적 (Distributed Tracing): 전체 요청 흐름 파악하기
MSA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 중 가장 까다로운 것은 장애의 원인을 찾는 것입니다. 하나의 사용자 요청이 여러 서비스를 거쳐 처리될 때, 어느 구간에서 병목이 발생했는지, 어디서 에러가 났는지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분산 추적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측 가능성(Observability)**의 핵심 기술입니다.
- 동작 방식:
- 사용자 요청이 최초로 API 게이트웨이에 들어올 때 고유한 Trace ID를 부여합니다.
- 이 요청이 거쳐 가는 모든 서비스들은 이 Trace ID를 그대로 전달받아 자신의 로그에 남깁니다.
- 분산 추적 시스템(예: Jaeger, Zipkin)은 이 Trace ID를 기준으로 흩어져 있는 로그들을 모아 하나의 요청이 어떤 서비스를, 어떤 순서로, 얼마의 시간 동안 거쳐 갔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복잡한 서비스 호출 관계 속에서도 병목 지점과 장애 원인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결론: MSA는 기술이 아닌 철학
지금까지 성공적인 MSA 설계를 위해 알아야 할 핵심 개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DDD부터 분산 추적까지, 이 모든 개념들은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가집니다. 바로 '독립적이고, 탄력적이며, 관리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MSA는 단순히 기술 스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개발 조직의 문화와 프로세스까지 바꾸는 거대한 변화입니다. 위에 소개된 개념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각자의 비즈니스와 조직 상황에 맞게 적용해 나갈 때, 비로소 MSA가 주는 진정한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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